‘번쩍, 우르릉 쾅!’ 맑고 캄캄한 밤중에 벼락 치듯 순간 엄청난 섬광이 빛나고 굉음이 들리더니 땅이 진동한다. 잠자던 마을사람들이 놀란 모습으로 우르르 다리 위로 나왔다. 하늘엔 반짝거리며 꽃비가 내렸고, 밤 벚꽃놀이 즐기듯 떨어지는 재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그날 다리에서 하늘을 보았던 사람들 중에 ..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어떤 위안을 주던 책이다. 불안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고 일련의 해법도 제시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가 책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책보다 우위에 두진 않는다. 매일 거듭되는 SNS의 접속은 참여보다 현상을 관전하는 편이고 ‘좋..
각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중심가가 있다. 중심가는 그 도시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과 차량 등등의 활발한 움직임이 곧 도시의 역량과 미래를 나타내는 것이다. 함양을 대표하는 중심가는 동문네거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그 동문네거리에 빈 점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4월5일은 일흔여섯번째 맞는 식목일이다. 나무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에 맞추어 제정되었으나 75년이 지난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 나무 심는 시기가 빨라져 식목일을 앞당겨야 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헐벗은 산을 빨리 녹화하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된 때도 있었다. 이제는 평일이 되었지만 나무심..
고교입시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이 실시된 것은 1974년의 일이다. 어느 정도 정책목표는 달성했겠지만 끓임 없는 ‘하향평준화(下向平準化)’ 논란과 학교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문제가 있어 학교 안에 우열반도 만들고 과학고, 외고, 자사고를 만들어 가며 선택의 자유를 넓혀 ..
봄빛으로 푸근해진 마당에 서니 옥매화 백매화 홍매화 꽃들이 예쁜 햇살로 단장을 한 채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한다. 꽃망울처럼 맺히는 기쁨들이 내 얼굴에도 번진다. Y 스님의 말씀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우리가 무심으로라도 또는 무슨 행사나 연유가 있어 기쁨 하나를 마음 안에서 일으키면… 그것이 아무리 소..
북풍한설이 유난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무거운 사람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자연은 속절없이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엔 갖가지 꽃이 피는 것을 보는 즐거움만 한 게 없으나 이래저래 발이 묶인 우리에게 상림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남도의 봄꽃 축제들이 하나 둘 취소되는 아쉬운 날..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네 빛나는 눈썹 두어개를 떨구기도 하고/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가고 있노..
3월의 아침, 마을 어귀의 고목가지 끝에서 들리는 봄의 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활동이나 구직활동도 안하는 인구가 1700만 명을 돌파했고 집콕으로 과체중 아동들이 늘고 햇빛 노출 감소로 비타민D 결핍도 관측되었다는 뉴스가 있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으로 격리된 쥐는 ..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서울을 자주 가지 못하지만 서울을 다녀오면서 가끔 느끼던 생각들 중에서 사람마다 각기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고 해도 서울에서 고급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아등바등 사느니 함양으로 이사해서 조금은 여유가 있고 편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거창..
새해 첫머리에 흰 소의 해를 마중하듯 서설(瑞雪)이 내렸다. 흰색은 예로부터 신성, 순결 등 깨끗함을 표현하는 색이다. 우리 민족이 유달리 흰색을 좋아해서인지 흰 백(白)자가 들어간 산 이름이 많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비롯한 태백산, 소백산과 한라산에는 백록담이 있다. 우리 고장에도 북쪽 백전면에 백운산..
사변(事變)이란 “사람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나 그 밖의 큰 사건”을 말합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60 평생(平生)” 제법 많은 사변을 겪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같은 재난은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과 기약 없는 전쟁을 하는데 피난 갈 곳도 없습니다. 드디어 백신이 개발되..
최근 20센티미터 이상의 대설 이후 함양 인근 산자락들은 아직도 하얀 모자에 하얀 목도리를 두른 채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느라 호들갑과 너스레를 떤다. 세상의 모질고 각박한 설움들을 달래기는 커녕 호령으로만 가르치려 드는 칼선 바람들이 기세등등 한창이더니 어느새 훌쩍 자리를 뜨고 살포시 하얀 솜털로 세상..
2020년 1월 20일,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근국가로 퍼져 우리나라에 첫 감염자가 발생한 날이다. 딱 1년 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예기치 않은 위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아이들의 교육현장도 마찬가지였다.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1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가 다볕을 품고 출항 준비를 합니다. 9월 10일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설레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어 좌고우면입니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은 어떤 일을 생각하여 헤아려 보는 것이 지나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
“다른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너는 꼭-”다 좋다는 설민석의 프로그램에 왜 딴지를 거느냐고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다. 설민석에 감탄할 때마다 “딱 학원강사던데? 수강생 관심끌기용 언어구사에... 마치 변사辯士같지않아? 그래도 전문성을 가진 게스트가 있어서 다행이더라만...” 등, 책 읽어준다는 프로그램..
2020년 동짓날이다. 이제 또 모두 공평하게 한 살씩을 더 먹어야 하는 한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이다. 동지 팥죽이 액막이 효험이 있어 제발 코로나가 퇴치되었으면 좋겠다. 나이만큼 먹는다는 새알심을 다 먹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동지가 반가울리 없지만 행여 동지가 지나면 세상이 좀 밝아지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활개를 치게 될 겨울철이 왔다.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생활 거리 두기를 실천해온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이제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를 확인하는 일이 매일의 일상이 되어 있다. 그간 한국을 비롯한 세계 당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기세는 업다운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 ..
차갑게 내려간 수은주에 따뜻한 커피한잔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데워준다. 동네 골목 구석구석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커피 소비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인 커피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프리카의 한 목동은 염소가 붉은 열매를 먹고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을 ..
소설小雪,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입니다.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처럼 입동이 지난 소설에는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살얼음이 생기고 땅이 얼기 시작하면 겨울 기운이 동네 가득 할 것입니다. 그러나 따뜻한 햇볕이 있어서 겨울 속의 봄을 느낍니다. 그래서 소설을 소춘小春이라고도 ..